"스벅 대신 탕비실로!"…퇴근길에 캡슐까지 챙겨가는 직원들

입력 2024-01-22 21:00   수정 2024-01-23 14:40

한 중소기업에서 회사 비용을 관리하는 김모 씨(29)는 최근 커피 값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회사에선 직원 탕비실에 고급 커피머신을 구비해두고 있다. 업무시간 틈틈이 커피 한 잔씩 마시면서 업무 스트레스를 달래라는 배려 차원이다.

그런데 최근 카페 프랜차이즈 커피 값이 잇따라 오르면서 일부 직원들이 과도하게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퇴근 전에 큰 텀블러 가득 캡슐커피를 뽑아가는가 하면 캡슐을 한 움큼씩 집어가는 직원들도 있다. 탕비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커피 비용 증가세가 큰 상황. 커피머신을 치우고 가격이 캡슐의 8분의 1 수준인 믹스커피나 스틱 원두커피 등 인스턴트 제품으로 다시 대체해야 하나 하는 게 김씨의 고민이다.

그는 “카페 커피 값이 너무 비싸 비용을 아껴보려고 탕비실 제품을 이용한다는데 무작정 직원들 행동을 제지하기도 어렵다”며 “오죽하면 틈틈이 원두 값 추이를 검색하면서 카페 커피 값이 오르내리는지 살펴보는데 올해도 벌써 몇 군데나 인상을 했더라. 벌써부터 탕비실 커피 비용이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커피는 직장인들의 대표적 기호식품인 까닭에 아메리카노 등 커피전문점 값이 많이 오르면서 가계 생활비는 물론 기업 탕비실 비용도 늘고 있다. 올해도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원부자재 가격 부담을 이유로 연초부터 메뉴 가격 인상에 나섰다. 가뜩이나 치솟은 외식 물가에 커피 가격마저 오를 경우 직장인·소비자들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커피빈은 오는 24일부터 카페라떼나 아이스 블랜디드 음료 등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100원 인상할 예정이다. 스몰(S) 사이즈 기준 카페라떼는 기존 5800원에서 5900원, 바닐라라떼는 6300원에서 6400원등으로 가격이 오르게 된다. 커피빈은 “작년부터 이어진 임차료, 원부자재비 등을 포함한 제반비용의 인상과 원유(原乳) 가격의 연쇄 인상으로 불가피하게 가격 조정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더리터도 메뉴 가격을 평균 400원 올렸다. 커피빈과 마찬가지로 원부자재 및 임대료, 인건비 증가로 가맹점 운영에 차질이 빚어져 가격을 인상했다는 입장이다. 여타 경쟁사들도 커피 가격 인상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컵커피 가격도 뛰었다. 편의점에서 주로 취급하는 할리스 커피 2종의 가격은 이날부터 기존 2900원에서 3000원으로 3.4% 뛴다.

카페 업체들은 이번 가격 인상에 대해 "원두와 원유 가격 인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월분 프리미엄 로부스타 선물은 이달 들어 30% 이상 급등했다. 3월물 로부스타 커피는 3개월 전 t당 2497달러에서 18일 3069달러까지 22.9% 올랐다. 1년 전(1944달러)과 비교하면 57.8% 뛰었다. 원유 가격 인상에 따른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우유 물가 상승률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8.13으로 전년 대비 9.9% 올랐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커피값을 인상한다고 밝힌 카페 프랜차이즈에 대해선 곱지 않은 시각도 나온다. 통상 커피 가격에서 10% 정도인 원두 원가 비중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라떼 음료에 들어가는 우유 비중도 실제로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지난해 1년간 주요 카페 전문점의 카페라떼 한 잔당 반영되는 우유 가격 인상분이 30원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유업체와 프랜차이즈 간 우유납품 인상률을 약 5%로 볼 때 10㎖당 1.3원 정도 오르기 때문이라는 것. 라떼 제조 시 들어가는 우유의 양을 250㎖로 본다면 인상분은 약 31.3원이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업계는 원두, 우유뿐 아니라 코코아, 설탕 등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데다 물류비나 월세 등 임대료도 올라 인상 요인은 차고 넘친다고 설명했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는 "올해도 원자재 가격과 소모품, 커피공기구까지 전방위적으로 비용이 오를 전망"이라고 털어놨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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